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다 보면 유난히 좋아하는 책이 생깁니다.
어제 읽은 책을 오늘 또 가져오고, 다 읽어 주면 처음부터 다시 읽어 달라고 하기도 합니다.
다른 책도 읽어 보자고 권해 봐도 싫다고 하면서 꼭 그 책만 찾는 경우도 있죠.
부모 입장에서는 같은 내용을 계속 읽어 주는 게 맞는지 고민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책을 많이 접해야 아이가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그만 읽어 주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왜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어 달라고 할까요?
단순히 그 이야기가 재미있어서일 수도 있지만, 익숙한 내용을 다시 들으면서 새로운 단어를 배우거나
이야기의 흐름을 알아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복해서 읽는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도,
새로운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오늘은 아이들이 같은 책을 좋아하는 이유와 부모가 책을 읽어 줄 때 알아두면 좋은 점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아이는 왜 읽었던 책을 또 읽어 달라고 할까요?
어른들도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여러 번 다시 볼 때가 있습니다.
결말을 알고 있어도 좋아하는 장면을 다시 보고 싶고, 처음 봤을 때는 지나쳤던 부분이 눈에 들어오기도 합니다.
아이에게도 비슷한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처음 책을 읽을 때는 그림이 재미있어서 봤다면,
다음에는 등장인물이 하는 행동이나 이야기의 순서에 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야기에 익숙해지면 다음 장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하는 재미도 생깁니다.
아이가 부모보다 먼저 다음 내용을 말하거나 등장인물의 대사를 따라 하는 것도 이런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익숙한 이야기를 다시 듣는 것 자체가 즐거울 수도 있습니다.
특히 어린아이에게는 매번 새로운 내용을 접하는 것보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경험하는 것이 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그림이나 재미있는 표현이 있어서 같은 책을 찾는 아이도 있고요.
물론 모든 아이가 같은 이유로 책을 반복해서 읽어 달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굳이 특별한 의미를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아이가 어떤 장면을 좋아하는지,
무엇 때문에 그 책을 자꾸 찾는지 가볍게 지켜봐도 좋습니다.
2.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으면 어휘력에도 도움이 될까요?
그림책에는 평소 대화에서 자주 쓰지 않는 단어나 표현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뜻을 잘 몰랐던 단어도 이야기를 여러 번 듣다 보면
그림이나 상황과 연결해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동물이 먹이를 찾아다니는 이야기라면 아이는 그림을 보면서 동물의 행동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으며 관련된 표현을 익힐 수 있습니다.
반복해서 읽는 것이 새로운 단어를 배우는 데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본 연구도 있습니다.
Horst와 동료 연구자들이 2011년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어린아이들이 같은 그림책 이야기를 반복해서 접했을 때 이야기 속 새로운 단어를 학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다만 특정 실험에서 나온 결과를 모든 아이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책의 내용이나 아이의 나이, 관심도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는 동안 부모와 아이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이가 그림을 가리키며 질문할 때 대답해 주거나, 이야기 속 상황을 실제 생활과 연결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책을 읽을 때마다 단어를 외우게 하거나 내용을 확인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가 재미있게 듣고 있다면 이야기를 그대로 읽어 주는 것만으로도 괜찮습니다.
책을 몇 권 읽었는지보다 아이가 책에 관심을 가지고 즐기는지도 함께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3.같은 책을 읽어 줄 때 이렇게 해보세요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어 주다 보면 부모도 내용을 거의 외우게 됩니다.
매번 똑같이 읽어 주는 것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아이의 반응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읽어 볼 수도 있습니다.
첫째,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을 함께 살펴보세요.
아이가 특정 장면에서 자주 멈춘다면 그 그림에 관심이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누가 숨어 있을까?” 또는 “토끼 표정이 어떻네?”처럼 짧게 이야기를 나눠 보세요.
꼭 질문을 많이 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가 그림을 가리키거나 자기 생각을 이야기한다면 그 말을 들어 주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둘째, 아이가 다음 이야기를 말할 때 기다려 주세요.
익숙한 책이라면 아이가 다음 장면이나 등장인물의 대사를 기억할 수도 있습니다.
부모가 먼저 알려 주기보다 아이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주면 됩니다.
정확한 문장으로 말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책의 내용을 자기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도 이야기에 참여하는 방법이니까요.
셋째, 책 속 이야기를 일상과 연결해 보세요.
그림책에 비가 오는 장면이 나온다면 “우리도 비 오는 날 우산 썼지?”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친구와 장난감을 나누는 장면이라면 비슷한 상황을 본 적이 있는지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다 보면 책 한 권으로도 나눌 수 있는 대화가 많아집니다.
넷째, 아이가 책을 읽는 방식에 너무 많은 규칙을 정하지 마세요.
아이가 익숙한 문장을 따라 읽고 싶어 할 수도 있고, 그림만 보면서 자기 이야기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부모가 읽어 주는 동안 가만히 듣고 싶어 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매번 새로운 질문을 하거나 무언가를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면 책 읽는 시간이 오히려 부담스러워질 수 있습니다.
그날 아이가 어떤 방식으로 책을 즐기는지에 맞춰 읽어 주면 됩니다.
4.새로운 책도 읽혀야 할까요?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반복해서 읽는 것은 괜찮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책을 접할 기회도 있으면 좋습니다.
새로운 이야기를 통해 다른 인물과 상황을 만나고,
평소에는 접하지 못했던 단어와 표현을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좋아하는 책을 그만 읽게 하거나 매번 새로운 책을 읽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먼저 읽고 다른 책을 한 권 권해 보는 정도로 시작해도 됩니다.
새로운 책을 거절한다면 며칠 뒤 다시 보여 줘도 괜찮습니다.
도서관에서 아이가 직접 책을 고르게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책의 종류를 다양하게 늘리는 것만이 정답은 아닙니다.
이야기책보다 동물이나 공룡, 자동차에 관한 책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고,
글이 적고 그림이 많은 책을 선호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분야에서 다른 책으로 자연스럽게 넓혀 가면 됩니다.
반대로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책을 전혀 보여 주지 않는 것도 아쉬울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책은 충분히 읽어 주면서 다른 책도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매일 몇 권을 읽어야 한다는 기준을 정해 놓기보다 아이가 책과 친해지는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
5.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 중요한 것도 있습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다 보면 이왕 읽는 김에 글자도 익히고,
새로운 단어도 배우고, 내용도 잘 이해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는 시간마다 무언가를 가르쳐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재미있는 장면에서 웃고, 좋아하는 그림을 오래 들여다보고,
부모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시간도 책 읽기의 일부입니다.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고 해서 아이가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야기를 다시 확인하고 싶을 수도 있고,
부모와 같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아서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책을 읽다가 금방 다른 곳으로 관심이 옮겨 가더라도 책을 싫어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아이마다 관심을 보이는 방식과 집중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책을 읽어 줄 때마다 특별한 활동을 준비하거나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바쁜 날에는 짧은 책 한 권을 읽어 주고,
여유가 있는 날에는 아이가 고른 책을 여러 번 읽어 줘도 됩니다.
아이와 책을 읽는 시간이 꼭 계획대로 흘러갈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도 아이가 어제 읽었던 책을 들고 온다면 새로운 책을 골라야 한다고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
아이가 그 책에서 무엇을 좋아하는지 함께 들여다보세요.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읽는 시간도 아이에게는 충분히 즐거운 독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Horst, J. S., Parsons, K. L., & Bryan, N. M. (2011). Get the Story Straight: Contextual Repetition Promotes Word Learning from Storybooks. Frontiers in Psychology.
저희 아이들도 자기 전에 항상 책을 읽어주는데요.
자주 가져오는 책들이 항상 정해져있더라고요.
그것이 어떤 것 인지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보고 정리해봤습니다.
위의 글이 책육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