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의 개성과 기질을 존중하는 태도에 대한 고찰
아이를 키우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왜 이렇게 나랑 다를까?”,
“내가 이럴 땐 이렇게 했는데 왜 저렇게 반응하지?”
부모로서 우리는 종종 아이를 나의 연장선처럼 생각합니다.
나를 닮았을 테고, 나처럼 느끼고 반응하리라 기대하죠.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반응, 다른 성격, 다른 관심사를 가진 아이를 보며
때로는 당황하고, 때로는 걱정하게 됩니다.
그러나 육아를 하며 점점 깨닫게 되는 진실이 하나 있습니다.
“내 아이는 나와 닮았지만, 나와 다른 고유한 존재다.”
오늘은 이 주제를 중심으로
내 아이의 개성과 기질을 진정으로 ‘존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런 부모가 되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1. 닮은 듯 다른 존재,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보기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부모가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많은 부모가 처음에는 “건강하면 그만이지”라고 말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기도 모르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조금 더 활발했으면 좋겠어.”
“왜 이렇게 낯을 가려?”
“말을 좀 빨리했으면 좋겠는데...”
이런 바람은 결국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아이’의 틀에 맞추려는 시도입니다.
하지만 아이는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라,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느끼는 독립된 인격체입니다.
예를 들어,
나는 외향적이고 말이 많은 성격인데
아이는 낯을 많이 가리고 조용한 성향일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왜 이렇게 소극적이야?”라고 말하기보다
“조용히 관찰하는 것도 너만의 장점이야.”라고 인정해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부모가 먼저 스스로에게 던져볼 질문>
-나는 내 아이를 정말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있는가?
-아이의 기질을 이해하려 하기보다 내 기대에 맞추려 하진 않는가?
존중의 시작은 관찰과 수용에서 비롯됩니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할 때, 부모도 아이도 더 편안해집니다.
2. 기질을 이해하면 다툼보다 공감이 늘어난다
아이와의 갈등은 대부분 기질 차이를 이해하지 못할 때 발생합니다.
어떤 아이는 한 번 놀라면 한참 울고,
어떤 아이는 화가 나도 꾹 참았다가 갑자기 폭발하죠.
부모 입장에서는 “왜 저렇게 예민하게 구는 걸까?”,
“그걸 가지고 왜 그렇게 오래 삐지는 거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아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반응하는 것일 뿐입니다.
아이의 기질은 타고나는 부분이 크며,
기질에 따라 감정 표현 방식이나 스트레스 반응, 사회적 행동이 달라집니다.
대표적인 아동 기질 예시
-활동적이지만 감정 기복이 심한 아이 → 자극에 민감한 편
-느릿하지만 묵묵히 자기 할 일 하는 아이 → 안정 추구형
-낯가림이 심하지만 익숙해지면 적극적인 아이 → 환경 적응이 중요한 유형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기질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기질에 맞는 환경과 반응을 조절해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낯가림이 심한 아이에겐 사전 예고와 천천한 적응 시간을 주기
-감정 표현이 서툰 아이에겐 ‘지금 무슨 기분이야?’라고 물어주며 언어화 연습하기
-너무 활동적인 아이에겐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충분한 놀이나 야외 시간을 주기
기질을 이해하게 되면 아이의 행동이 이유 없이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저 그 아이만의 방식이라는 걸 알게 되기 때문에,
부모로서 더 공감하고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3. 아이의 삶을 설계하지 않고 함께 걸어가기
부모는 누구보다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고 고민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이 길이 안전하다’, ‘이게 더 좋다’며 아이를 설득하고 이끌려고 하죠.
하지만 때로는 그 조언이
아이에게는 자기 삶을 통제당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아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작은 기회를 주고,
그 선택의 결과를 경험하게 해주는 것.
그게 바로 아이를 ‘나와 다른 존재’로 존중하는 태도입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실천 팁>
-밥 먹을 때 메뉴를 고르게 하거나
-놀이 시간을 정할 때 2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거나
-자기 옷을 고를 수 있도록 유도하기
이렇게 사소한 선택이라도 반복되면,
아이는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힘을 키웁니다.
그 힘은 자존감, 독립성, 책임감으로 이어지죠.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원하는 길이 아니라 아이가 바라는 방향을 함께 존중해주는 마음입니다.
어릴 땐 ‘자전거’ 대신 ‘책’을 좋아하고,
커서도 ‘경영학’ 대신 ‘요리’를 좋아할 수도 있습니다.
그때 “왜 그걸 하려고 해?”가 아니라
“그걸 왜 좋아하게 됐어? 어떤 점이 좋아?”라고 물어볼 수 있는 부모,
그런 부모가 아이를 자기답게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마무리
육아는 끝없는 선택과 결정의 연속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선택은
아이를 ‘나의 분신’으로 볼 것인가, ‘별개의 인격체’로 바라볼 것인가입니다.
닮은 듯 다른 존재인 우리 아이,
그 고유한 성향과 기질을 인정하고,
부모의 기대보다 아이의 본모습을 중심에 두는 태도야말로
가장 건강하고 지혜로운 양육의 시작점이 됩니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대로 존중하며 함께 걸어가는 여정—
그것이 부모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사랑 아닐까요?
오늘도 아이를 이해하려 애쓰는 모든 부모님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