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재정비의 기술에 대해 이야기해보려합니다.
결혼하고, 출산하고, 아이를 키우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변화가 찾아옵니다.
예전에는 한밤중에도 전화로 수다 떨고, 퇴근 후 맥주 한잔하며 속 얘기하던 친구들과의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어느 순간 “언제 한번 보자”는 말만 수십 번 주고받으며 멀어지는 경험, 해보셨을 거예요.
저도 그랬습니다.
특히 첫째를 낳고 한동안 집 밖을 자유롭게 나가지 못하던 시기에는, 연락조차 드문 친구들과의 거리감이 크게 느껴졌어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부모가 되면 우정도, 인간관계도 재정비가 필요하다.
오늘은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부모가 된 이후 인간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거나, 때로는 거리두기를 통해 나를 지키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 달라진 삶의 리듬, 달라진 우정의 결
아이를 낳기 전엔 ‘친구’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가 아주 단순하고 명확했습니다.
같이 밥 먹고, 여행 가고, 고민을 나누고, 마음만 맞으면 자주 보는 사이.
하지만 부모가 되고 나면 이 모든 게 어렵습니다.
아이의 낮잠 시간, 수유 시간, 어린이집 하원 시간에 맞춰 하루가 돌아가고,
갑작스런 발열이나 감기, 잠투정으로 외출 약속은 언제든 취소될 수 있죠.
그렇게 자꾸 미루다 보면, 멀어지는 건 금방입니다.
<부모가 되면 우정도 유연해져야 한다>
-하루 종일 연락하지 않는다고 해서 서운해하지 않아야 하고,
-단답형 메시지에도 마음을 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예전과 같은 방식이 아니어도 관계는 유지될 수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제 친구들과 자주 못 만나더라도 생일이면 꼭 메시지를 보내고, 아이가 잠든 밤 11시에 10분이라도 통화하며 우정을 이어갑니다.
이전과는 다르지만, 새로운 방식의 우정입니다.
2. 더 이상 모든 관계를 유지할 수는 없다: 관계의 정리
아이를 키우는 삶은 시간과 에너지가 늘 부족합니다.
이전엔 에너지가 넘쳐 아무와도 잘 어울렸지만, 부모가 되고 나면 그럴 수 없습니다.
특히 나의 육아를 존중하지 않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관계는 자연스레 거리감이 생기게 되죠.
예를 들어,
“아직도 모유 수유하냐?”
“한참 예쁠 때인데 여행도 못 가고 고생하네.”
“애 맡기고 잠깐 나올 수 있는 거 아냐?”
이런 말을 무심코 던지는 사람과의 관계는 오히려 상처가 됩니다.
< 인간관계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나의 에너지를 갉아먹는 관계는 과감히 줄이기.
- 같은 육아 동지와 깊이 있는 관계를 만들어가기.
-오랜 인연이라도 나를 힘들게 한다면 ‘잠시 멈춤’도 괜찮음.
관계를 정리하는 게 미안하거나 죄책감이 든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지금은 내 가족과 나를 먼저 돌보는 시기다.”
필요하다면 소중한 사람에게 솔직하게 말하는 것도 좋습니다.
“요즘 정신없어서 연락 자주 못해도, 너 생각 자주 해.”
이 한 마디면 진심이 전해지고 관계는 이어집니다.
3. 새로운 우정, 새로운 공동체 만들기
관계를 정리하고 나면 외로움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달라졌기 때문에, 이제는 지금의 나에게 맞는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육아를 하면서 가장 든든한 존재는 ‘비슷한 시기를 겪는 동지들’입니다.
저는 어린이집 학부모 커뮤니티, 지역 육아 모임, SNS 육아 계정 등을 통해 뜻 맞는 부모들과 새롭게 관계를 만들어 갔습니다.
예전엔 한 번도 안 만나본 사람들과 메시지를 주고받고, 공감하고, 응원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우정이 생겨났어요.
<새로운 우정의 기술>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나와 비슷한 경험을 나누는 사람을 찾아보세요.
단한 관계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짧은 공감 한 마디, 육아 실패담 공유, 어린이집 물티슈 추천만으로도 ‘연결된 느낌’을 가질 수 있어요.
무엇보다 서로 비교하지 않고 응원할 수 있는 사람과의 관계를 중심에 두세요.
그리고 배우자와도 새로운 ‘친밀한 동료 관계’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제는 친구와 보내던 시간이 줄어든 만큼, 부부가 서로의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어야 할 시기입니다.
대화하고, 웃고, 때로는 서로의 외로움을 알아주는 것, 그것이 부모로서의 인간관계 재정비의 가장 중요한 축이기도 하니까요.
마무리
부모가 된다는 건 단지 아이가 생긴다는 의미만이 아닙니다.
나의 삶의 우선순위가 완전히 바뀌는 일,
그리고 그에 따라 인간관계도 다시 정비되는 과정입니다.
모든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내가 지금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사람들과, 진심이 오가는 관계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새로운 방식의 우정과, 깊이 있는 연대를 만들어 갈 수 있어요.
오늘도 육아와 인간관계 사이에서 힘들지만 씩씩하게 하루를 보내는 모든 부모님께
“당신은 잘하고 있어요”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지금의 관계 변화는 성장의 과정입니다.
부모가 된 지금, 더 단단한 나로 다시 서는 중이니까요.